아름다운 동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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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소년원 꿈돌이들!
너희 모두 일등이야!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낸 소년원 학생들의
제과경연대회
출품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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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대구소년원 직업훈련관 2층에서 운동도 포기하고 작품 만들기에 매진하는 소년들이 있다.

도준(가명), 정우(가명), 인표(가명), 세 아이들의 손은 너무 거칠고 투박한데 만들고 있는 것은 작고 귀여운 인형들이다. "얘들아, 뭐하고 있어? 너네 하루라도 운동 안 하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도준이가 대답하길, "지금 마지팬 케이크(설탕과 아몬드를 반죽하여 만드는 케이크 공예 작품) 만들고 있어요. 운동은 언제든지 할 수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답변이다. 직업훈련 전문경력관 정순 선생님의 자랑이 이어진다. "애들 너무 잘하죠? 정말 열심히 만들고 있어요."

정순 선생님은 제과제빵 수업을 하면서 과정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재능도 꼼꼼히 살핀다. 제과제빵에 애정이 있는 아이, 손재주가 좋은 아이, 부족해도 선생님 옆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 선생님은 도준, 정우, 인표에게 다가가 마지팬 케이크 사진을 보여줬다. "어때? 멋지지? 우리 이거 같이 만들어서 대회 나가볼래?"

"우리가 이걸 어떻게 만들어요?"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의 정우가 대답한다.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아이들 눈빛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인표가 다시 물어본다. "우리가 진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하지! 대신 약속할 게 있어. 징계받지 않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서로 경쟁자가 아니라 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하기!"

약속을 시작으로 정순 선생님과 세 아이들은 한 팀이 되었다. 대회 준비의 시작은 마지팬 반죽으로 여러 가지 모양 만들기. 과일, 토끼, 사람 모양 순서로 만들기 난이도를 높여갔다. 마지팬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이제 대회 출품을 위한 자신만의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외모에 다정한 성격의 도준은 자신을 닮은 장난감병정을 주인공으로 케이크에 자신의 꿈을 담았고(작품명: 장난감병정의 희망), 장난꾸러기 정우는 평소 좋아하던 애니메이션 토토로 동산(작품명: 내사랑 토토로)을 만들기로 하였다. 언제나 과묵하고 듬직한 인표는 "선생님들 일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어요(작품명: 꿈꾸는 제빵사)"라고 말했다. 직접 표현하지 않았지만 인표에게 꿈이 생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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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지팬 케이크 부문은 전공자들도 어려워하는 섬세한 작업이 많은 작품이다. 인표는 멋진 제빵사를 만들기 위해 사람 얼굴 100개를 만들고, 작은 얼굴위에 열심히 눈, 코, 입을 붙였다. 100개의 얼굴을 만들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세 아이들은 각자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과정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도와가면서 하나의 팀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2022년 10월 20일 「대구음식산업박람회」 마지팬 케이크 부문 출품일...

"아... 더 열심히 할 걸... 더 잘 할 걸..." 정우의 한마디에 도준이 옆에서 덧붙인다.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었겠죠?"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다. "아니야. 지금 너희 작품 충분히 멋지고 예뻐. 선생님은 이번 대회 준비로 너희의 가능성을 보았어. 너희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올게~"

대구 엑스코 전시장에서 4일간 작품 전시 후 수상결과 발표!
"우수상(대구시장상), 꿈꾸는 제빵사-인표!"
"특별상(대한제과협회장상), 내사랑 토토루-정우, 장난감병정의 희망-도준!"
세 작품 모두 수상하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얘들아, 일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상보다 더 가치 있는 자신감도 얻었지?"

"네. 친구들도 우리가 해내는 것을 보고 여기 안에서도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대요. 다른 친구들도 마지팬 케이크 하고 싶대요!"

"그럼 우리 이 작품들 보완해서 더 큰 전국대회 나가볼래?" 이번에는 아이들 대답이 다르다. "네! 다음에는 진짜 더 잘할 수 있어요!"

2022년 11월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베이커리페어」 마지팬케이크 부문 출품 결과는?

"금상(1등, 소상공인진흥공단이사장상), 장난감병정의 희망-도준!"
"은상(2등, 한국제과기능장협회장상), 내사랑 토토루-정우!"
"동상(3등, 한국제과기능장협회장상), 꿈꾸는 제빵사-인표!"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대학교 제과제빵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도전하는 큰 대회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환경적, 시간적 제약이 있었음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아이들, 모두가 일등이 아닐까 생각했다.

임시퇴원을 앞두고 있는 도준과 정우는 사회정착 담당선생님을 통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허그일자리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였다. 아이들에게 허그일자리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자 "여기서 1년 넘게 생활하면서 제빵자격증을 땄어요. 나가면 제과기능사 자격증도 따야죠. 취업도 할 거예요.", "다른 조리 관련 자격증도 따고 싶어요."라며 구체적인 계획이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 2022년 4월에 입원한 인표는 직업훈련반에서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했으며, 현재 제빵기능사 자격 취득을 준비 중이다. 인표에게도 언제든지 적합한 사회정착연계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소년원에서 제과제빵을 배운 아이들은 재범률이 낮다고 한다. 변화의 이유는 첫째, 정해진 규칙(조리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 둘째, 빵을 굽는 과정이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 마지막으로 구운 빵을 주변에 나누면서 얻는 마음 덕분이다. 노력하는 모습이 예쁘고,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자신감도 함께 높아지는 아이들을 보며 목표를 갖고 노력하면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제빵 꿈나무들아, 선생님들이 항상 너희 뒤에 있어! 포기하지 말고 꿈꾼 것들 모두 이루길 바란다!"